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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에 한뼘 모자랐지만 더욱 빛난 김연경[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

[스포츠한국 노진주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의 ‘라스트 댄스’는 없었다. 12년 만에 한국 무대로 돌아왔지만, 그토록 원하던 우승까진 한 뼘 모자랐다.

‘학교 폭력(학폭)’ 논란으로 주전 선수 2명이 빠진 상황 속에서 김연경은 고군분투했다.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연패를 끊고, 부상 투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력 손실 앞에서 김연경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빈손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김연경이지만 팬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 김연경 ⓒKOVO
▶흥국생명이 무너질 줄이야…

시작은 좋았다. 한국 무대로 돌아온 김연경은 2014년부터 줄곧 흥국생명에서 레프트로 활약한 이재영과 시즌 바로 직전 FA(자유계약)로 팀에 합류한 이다영과의 호흡을 기대하며 통합우승을 노렸다.

어렵지 않은 목표로 보였다. 국내 정상급 선수들에 중국 배구 구단이 백지수표까지 내밀 정도로 세계적인 스타였던 김연경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뭉쳤으니 ‘우승은 떼논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타 구단에서 “어떻게 흥국생명을 이기겠느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역시나 흥국생명은 시즌 초반 완전히 리그를 장악했다. 개막 10연승을 구가하며 독주 체제를 그렸다. 지난 시즌 4연승을 더해 14연승을 만들면서 V리그 여자부 최다 연승 타이 기록까지 세웠다.

‘김연경+이다영+이재영’이 자리하고 있는 흥국생명은 막강 그 자체였다. 호흡 문제가 관건이었으나, 이미 대표팀에서 합을 맞춘 바 있는 세 선수인 터라 시행착오도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손쉽게 정규시즌 우승을 넘어 통합우승까지 차지할 것 같았던 흥국생명에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팀내 ‘선수 불화설’에 이어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폭’ 논란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흥국생명은 하락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 이재영(왼쪽), 이다영 ⓒKOVO
▶팀 불화설+'쌍둥이 자매' 학폭 논란이 치명타

선수 간 불화설은 지난해 12월 중순에 제기됐다. 이재영-이다영이 동반 결장한 데 이어 이다영이 SNS에 선배를 겨냥한 듯한 저격글을 올리면서 ‘팀내 불화설’이 대두됐다. 그리곤 저격글의 상대가 “김연경 아니냐”는 의혹이 곧바로 뒤따랐다.

어느 정도 시끄러웠던 것은 사실이었다. 김연경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내부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오해가 쌓여 생긴 해프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연경이 직접 해명하면서 흥국생명이 고비를 넘기는 듯싶었지만, 시작에 불과했다. 더 심한 ‘핵폭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이다영·이재영의 ‘학폭’ 논란이다.

두 선수는 학창시절 언어·신체적 폭력·금품 갈취 등을 저질렀고, 심지어 칼을 들고 피해자를 협박하기도 했다. 지난 2월 10일 학폭 피해자의 폭로에 의해 처음에는 ‘의혹’이었다가 두 선수가 변명 없이 사과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었다. 이다영·이재영을 향한 피해자의 추가 폭로와 심지어 피해 학생 학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등장하며 ‘학폭’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거세졌다. 이는 흥국생명이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리는 단추가 됐다. 동시에 흥국생명이 하락 곡선을 그리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정규시즌 내내 1위를 달리던 흥국생명은 연패를 거듭하다 결국 시즌 막판 GS칼텍스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학폭’은 크게 지탄받아 마땅할 상황이지만, 이다영·이재영의 이탈은 흥국생명에 치명타였다.

  • 김연경 ⓒKOVO
▶ 누가 김연경에게 돌을 던지랴

그래도 흥국생명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플레이오프에서 IBK기업은행을 꺾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흥국생명이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건 기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두 번의 기적은 없었다. 흥국생명은 챔피언결정전에서 내리 3연패 하며 GS칼텍스의 통합우승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흥국생명도 김연경도 빈손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과연 이들에게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까. 시즌 도중 전력에 큰 누수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흥국생명은 쓰러지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이를 악물고 우승 경쟁을 이어갔고, 플레이오프전에서는 승리하기까지 했다. 비록 챔피언은 되지 못했지만, 여의치 못한 환경에서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물을 쓴 흥국생명이다.

그 중심에는 김연경이 있었다.

정규시즌 성적을 살펴보면 김연경은 공격성공률 1위(45.9%), 서브 1위(세트당 0.277개)를 차지했다. 국내 선수만 놓고 봤을 때 가장 많은 득점(648점)을 올리기도 했다.

챔프전에서도 역시나 분전했다. 준수한 공격성공률( 45.6%)을 보였다. 적장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이 “역시 김연경”이라고 박수를 보낼 정도였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던 김연경이다. 그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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